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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로 인한 사고사를 자살로 만들지 마라

작년 4월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한 하청노동자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홀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목격자가 없었습니다. 경찰은 이 노동자가 자살이라고 결론내렸지만, 유족, 노동자의 동료들, 그리고 그 현장을 잘 아는 많은 사람들은 그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한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0일 국회에서 경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기자회견문입니다. 

기 자 회 견 문

 

 

유족이 제기한 의혹, 단 한 가지도 규명하지 못하고

울산동부경찰서 부실수사, 편파수사에 대한 조직 껴안기와 보강수사로 끝난

울산경찰청 재수사결과, 절대 인정할 수 없다.

 

 

2014426일 현대중공업에서 샌딩작업을 하던 정범식 하청노동자가 에어호스에 목이 감긴 채 사망한 일이 있었다. 사망 당시 목격자가 없었던 고인의 죽음은 시신 수습직후부터 자살이라고 현장에 소문이 퍼지더니 검안도 이뤄지기 전에 울산동부경찰서 수사담당자에 의해 언론에 자살이라고 알려지기 시작했고 울산동부경찰서 수사결과 자살로 내사 종결되어 유족에게 통보되었다.

 

하루아침에 가장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던 유족들은 울산동부경찰서의 수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어 주2회 성남과 울산을 오가며 현대중공업 공장문과 울산동부경찰서,

울산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6개월간 진행하며 정확한 진상규명을 촉구해 왔다. 그 과정에서 울산동부경찰서 수사결과에 대해 많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20141017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울산경찰청이 재수사를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있었고 1020일부터 울산경찰청 재수사가 진행되었다.

 

울산경찰청 재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들은 같이 일했던 현장 동료들의 진술이 제대로 반영되고 고인이 사용했던 에어호스선 결함, 리모콘 오작동, 방진마스크 훼손, 시신 곳곳에 박힌 샌딩가루와 상처들에 대해 규명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시신 발견 직후 현장조사가 제대로 되기 전에 현장이 훼손된 문제와 사고일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지 않은 점과 울산동부경찰서 수사태도와 문제점들이 분명하게 규명될 것이라고 믿었다. 또한 울산 MBC 돌직구‘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 울산동부경찰서 수사과정과 결과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자료를 제출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분명한 수사를 해 줄 것임을 기대했다.

 

하지만 3개월이 넘도록 울산경찰청을 믿고 기다린 결과는 유족들에게 또 한 번 커다란 상처와 불신을 주었다. 울산경찰청 재수사결과는 유족들이 제기한 문제를 단 한 가지도 분명히 규명하지 못한 채 자살의 동기를 알 수 없고 사고사일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지만 자살이다는 통보를 받아야 했다.

 

울산경찰청 재수사 결과는 여전히 초기 시신을 발견하고 수습한 동료들의 진술을 반영하지 않았고, 사고 직후 현장이 훼손된 상태에서 확보된 자료를 여전히 수사 결과에 중요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고인이 사망 당시 착용했던 훼손된 작업공구와 방진마스크, 몸 곳곳에 난 상처들에 대해서도 규명하지 못하였다. 시신수습 직후 아무런 근거도 없이 고인의 죽음을 자살이라며 소문을 내서 고인의 죽음을 왜곡하고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현대중공업에 대한 조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울산경찰청은 고인이 사망이 자살이라고 주장하나 자살의 동기조차 밝혀내지 못했으며 국정감사에서 지적되었던 울산동부경찰서의 편파적이고 부실한 수사에 대해 분명하게 의혹을 규명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강수사를 통해 울산동부경찰서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에 그쳤다.

 

유족들은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업무 중 사망한 가장의 죽음 앞에 가족들은 아직까지도 그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족들은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자 6개월이 넘도록 진상규명을 위해 쉼 없이 거리를 뛰어다니고 있다. 그 와중에 미망인과 두 자녀는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2월부터 가족 모두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이다.

 

도대체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유족들이 왜 이러한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가?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면 당연히 산업재해로 인정하여 남은 가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다시는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기업과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

 

하지만 2014년 한 해 동안 9명의 하청노동자가 사망한 현대중공업에선 아무도 산재사망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으며 처벌 받지도 않았다. 기업을 위해 성실히 일하던 노동자들은 생명을 잃었고 그 가족들은 너무도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더구나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자살로 몰린 정범식 유족들은 10개월이 넘도록 진상규명을 위해 이중, 삼중의 고통에 놓여있으며 그나마 믿었던 울산경찰청의 재수사결과에 또 한 번 눈물과 분노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시 한 번 촉구한다.

 

1. 정범식 노동자는 작업 중 사망하였다. 고인의 사고 가능성에 대해 전면 재수사하라!

 

1. 고인의 동료들은 한결같이 현장사고일 가능성에 대해 진술하고 있다. 현장 동료들의 진술을 제대로 반영하라!

 

1. 시신 수습 직후 아무런 근거 없이 자살이라고 소문을 내고 현장을 훼손한 현대중공업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엄중 처벌하라!

 

1. 사망현장은 경찰 조사과정 직전부터 훼손되었고 경찰들도 정밀한 조사가 이뤄지기 전부터 중요한 증거들을 훼손하고 그에 근거해 수사결과를 내놓고 있다. 현장을 훼손한 회사관리자와 울산동부경찰서 경찰관에 대해 엄중 처벌하고 초동수사부터 제대로 하고 재수사를 담당했던 수사팀을 전면 교체하라!

 

1. 울산경찰청은 고인의 명예를 되찾고자하는 유족들의 바램을 외면하지 말고 현대중공업 눈치 그만보고 자신의 조직 껴안기에서 벗어나 공정하게 재수사하라!

 

 

2015310

 

(관련기사 : 정범식씨 사망사건 “남편은 말없지만 몸이 진실 말해” http://www.usjournal.kr/News/69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