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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소식] ‘염전노예 국가배상 소송’, 1심 뒤집고 국가 책임 인정

○ 국가 책임을 묻고자 시작한 사건

2014년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다수의 염전주들이 장기간 동안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일을 시키면서 임금을 주지 않고 착취한 사건이었습니다. 가해자들 대부분이 평범한 사람들이고, 마을 전체가 장애인에 대한 노동 착취를 묵인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결국 범죄행위를 예방해야 하는 경찰과 장애인에게 복지를 제공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지난 2015년 11월, ‘염전노예장애인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염전공대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묻고자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스니다. 희망법도 이 소송에 참여했습니다.

○ 아쉬운 1심 판결

하지만 국가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지적장애인이어서 피해를 명확하게 진술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나마 피해를 진술한 경우도 그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가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증거는 상대방에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리인단은 피고 대한민국에게 경찰이 가지고 있는 염부(염전에서 일한 사람)들에 대한 조사 자료나 관련자 징계 자료, 염전노예 사건이 있었던 때에 해당 파출소에서 근무한 경찰 명단 등을 제출하라고 요청하였습니다. 하지만 피고 대한민국은 이미 폐기해서 자료가 없다거나, 사생활 보호를 핑계로 경찰 명단을 주지 않으려고 하였습니다.

한편,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염전주들의 진술은 놀라웠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한 2명의 염전주들은 하나 같이 경찰이 정기적으로 염부들의 임금체불이나 폭행 피해 여부를 조사했고, 새로 섬에 들어온 사람에 대하여 기록한 장부가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염전주들의 진술에 따르면 경찰이 이미 노동 착취를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경찰이 원고 개개인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피해 상황을 알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파출소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원고 1명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인정하였습니다. 법원은 국가배상을 인정하기 위해서 분명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주의의무 위반을 입증해야 한다는 태도였습니다. 입증 자료가 없는 원고로서는, 원고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다른 사건과 똑같이 원고에게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판결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 힘겨웠던 2심 재판

1심에서 패소한 7명의 원고 가운데 그나마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원고 3명은 항소하였습니다. 경찰과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을 의심하여 조사하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수차례 상담한 적이 있었던 사람, 경찰이 실종자로 발견하여 보호자에게 인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사람, 염전주에게 칼에 찔려 헬기로 이송되느라 경찰이 범죄 인지를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도 국가배상을 인정하려면 구체적인 주의의무 위반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대리인단은 새로이 증인 신청을 하고 상대방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변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사실관계를 밝힐 수 있었습니다. 경찰과 근로감독관이 지적장애인인 피해자를 조사하면서 신뢰관계인을 동석하게 하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조사한 점,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 공무원이 임금체불을 알았던 점, 실제로 염부를 관리하는 장부가 있었던 점, 경찰이 칼에 찔린 원고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칼에 찔리게 된 과정을 전해 들었다는 점 등이었습니다. 지난 11월 23일,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어 피고 대한민국은 2명의 원고에게는 3천만 원, 나머지 1명의 원고는 2천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책임도 인정하였습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판결 선고 이후, 희망법을 비롯한 염전 공대위는 이번 판결이 염전노예사건 뿐만 아니라 장애인 학대 사건을 근절하고 예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였습니다. 이번 판결문 구석구석에는 장애인 학대 사건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의무가 적혀 있었습니다. 경찰공무원이 실종신고가 된 지적장애인을 염주에게 맡겨 강제노동을 하도록 한 점은 “실종아동법에 따라 관할 행정기관 등에 필요한 협조를 구하거나 구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른 보호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지적장애인 피해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와 분리하지 않고, 신뢰관계인 동석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해당 근로감독관은 장애인 피해자의 눈높이에 맞춰 사건을
파악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사회복지공무원 또한 “면담을 통해 피해자가 강제노동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는 모두 헌법 제10조에 따른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 대한민국과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12월 6일과 10일 각각 상고장을 제출하였습니다. 마땅히 약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보호하는 책임이 있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한 것은 그 책임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희망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제라도 책임 있는 자세로 항소심 판결을 수용하고, 상고를 즉각 철회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상고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상고심에서 최선을 다해 싸울 것입니다. 희망법이 힘겹게 얻은 판결을 지킬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사진출처 / 에이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