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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터괴롭힘 판례 연재] 번외편, 일터괴롭힘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터괴롭힘, 옆에 있는 동료까지도 피해자

이달의 일본 일터괴롭힘 판례 연재는 번외편으로, 도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일본 판례 모음]에 게재된 사건이 아닌, 최근 일본 도쿄고등재판소에서 있었던 의미 있는 판결을 소개합니다. 관련 기사는 [sbs “그만둬라” 호통…옆에서 들은 사람에게도 위자료 줘야]  [아사히신문 ‘係長へのパワハラはその部下にも影響’ 東京高裁が判断]

 

신임 대표 취임 후 생긴 일

 

2013년, 의료용 전자기기를 주로 판매하는 후쿠다전자의 나가노현 지사에는 새로 L상무가 지사 대표로 취임했습니다. 이 회사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입니다. L상무는 부임해오자마자 공공연히 여성 직원들에 대한 막말을 늘어놓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50대가 넘어선 A와 B 계장 등 중년의 여성직원들에게 폭언이 집중됐습니다.

 

“아줌마들은 그냥 집에서 자기들끼리 잡담이나 하면 될 걸 회사엔 뭐하러 나오나?”

“회사는 젊은 사람들이 와서 일해야 잘 돌아가지.”

“사람은 50대가 지나면 생각이 굳어서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50대 이상은 급여를 너무 많이 받아. 회사 입장에서 유용한 직원도 아닌데!”

 

뿐만 아닙니다. 정시퇴근을 하는 날이면 “한가한가보네!”라고 괜한 핀잔을 줬습니다. 반대로 야근을 하는 날에는 “일을 잘 못 하니까 야근을 한다.”며 모욕적인 말을 이어갔습니다. 심지어 전직원이 모여 있는 곳에서 “나이가 많은 직원들은 저항세력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등 대표의 막말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막말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사에서 지급하는 상여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퇴직을 종용하거나, 억울한 징계를 내린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결국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A계장과 B계장, 그리고 이들과 함께 일하던 사원 2명 등 모두 4명의 50대와 60대 여성 직원들은 신임대표의 취임 반년 만에 회사를 그만둬야 했습니다.

 사진출처 : tvN 드라마 ‘미생’

본보기식일터괴롭힘

 

이번 사건은 이른바 ‘본보기식 일터괴롭힘’입니다. L상무는 여직원 2명만을 특정해서 괴롭힘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괴롭힘은 오직 이 두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우선 이 두 사람을 대상으로 괴롭힘을 이어감으로써 그 밑의 부하직원들에게도 똑같은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일터괴롭힘은 지켜보고 있기만 해도 괴롭힘을 당하는 것 못지않은 영향이 있습니다.

또 다르게 보면, 특정한 사람을 괴롭힘으로써 다른 직원들에게 경고를 주는 효과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은 일터에서 비교적 흔한 편입니다.

 

전문가들은, ‘괴롭힘은 마치 물이 흐르듯 아래로 내려간다’고 말합니다. 가장 위의 상사가 바로 아래 직원을 괴롭히면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 아래로 또 그 다음으로 괴롭힘이 흘러내려가는 특징이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모든 직원이 함께 고통을 받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장 말단의 직원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기도 합니다.

 

법원의 판단

 

직접 괴롭힘을 당한 A와 B 계장은 물론 함께 퇴직한 두 명의 직원까지 4명은 2016년 총 1,700만엔의 위자료를 L상무와 회사에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1심에서는 총 360만엔의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L상무와 회사측은 이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직원들도 위자료가 너무 적다고 판단하고 항소했습니다.

 

일본 법원(도쿄고등재판소)은 이 사건의 항소심에서, 먼저 상사의 폭언을 들어야 했던 2명의 계장에 대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지속된 폭언으로 인해 정신적인 피해를 입고 퇴직해야 했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또 이 두 명의 계장 이외에 2명의 부하직원에게도 역시 일터괴롭힘을 당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비록 직접적으로 폭언을 듣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는 않았지만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상사들이 폭언을 듣고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들으며 자신도 언젠가는 똑같은 취급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괴로워했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L상무와 후쿠다전자 측에게 4명의 여성 직원들에게 총 660만엔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1심에서 판결한 위자료 360만엔에서 오히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입니다.

 

글_김동현, 김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