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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터괴롭힘 판례 연재] 1편, 취업규칙 베껴쓰기는 일터괴롭힘!

시리즈 안내

징벌적 성격의 직원교육,취업규칙 베껴쓰기는 일터괴롭힘!”

 

취업규칙을 온종일 베껴 써라! 물론 이건 교육이다!

어느 날 직원 Y는 작업을 하던 중 상사에게서 당황스러운 지적을 받았습니다. 지금 착용하고 있는 허리띠를 사용하지 말라는 요구였습니다. 허리띠에 새겨 있는 일본국철노동조합의 마크가 문제였습니다. 그런 허리띠를 착용하고 작업을 하는 것은 취업규칙 위반이라고도 했습니다.

Y는 상사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이건 개인의 자유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게다가 자신은 바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어서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상사의 요구가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다음날 일어났습니다. 그를 다시 호출한 상사는 두툼한 서류뭉치를 주면서 백지 위에 내용을 모두 옮겨 적으라고 했습니다. 서류는 <취업규칙>이었습니다. 전문 142조, 수십 장이나 되는 분량이었습니다. 단순히 옮겨 적는 게 아니라 토시 하나 틀리면 안 되며, 다 적은 후엔 또박또박 낭독하라고도 했습니다. 게다가, 감상문도 적어 제출하라는 지시도 덧붙여졌습니다.

Y는 출근 직후부터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취업규칙을 한 자 한 자 적고 또 적었고, 퇴근시간에서야 이 일을 멈출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에도 똑같은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이날도 Y는 다시 취업규칙을 옮겨 적었습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되자 몸이 좋지 않은 것을 느꼈습니다. 이틀이나 꼼짝없이 손글씨를 쓰며 몸도 마음도 위축되어 있던 탓입니다. 몸이 아픈 것도 힘들었지만 심리적으로 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상사는 이것이 정당한 직원에 대한 교육훈련이라고 했으나, 그에게는 완전히 벌로 느껴졌습니다. Y는 이날 조퇴를 했습니다.

 

취업규칙 베껴 쓰기가 교육이 될 수 있을까?

일본 법원(이른바, JR 동일본(혼죠 보선구) 사건, 항소심 仙台高秋田支部判平4・12・25; 상고심 裁二小判平8・2・23)은 이것은 교육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직원교육이란 어느 정도 상사의 재량에 맡겨진 부분이기는 합니다. 따라서 관리직 직원이 부하 직원에 대해 취업규칙의 철저한 숙지를 위하여 교육훈련을 명하는 것 또한 그 자체로 위법이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상 업무와 연결되는 직장 내 훈련이 아닌, 해당직원을 본래 업무에서 일절 배제하고 일정기간 해당 직원에게만 취업규칙의 철저한 숙지를 위한 훈련을 명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입니다. 또한 주된 방법이 취업규칙 전문을 기계적으로 베껴 쓰게 하는 것이라면 그 훈련 방법의 합리성이 의심스럽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상사는 직원 Y에 대해 평소 업무는 완전히 배제한 채 취업규칙만 철저하게 숙지하게 하는 아주 이례적인 교육을 명령했습니다. 취업규칙을 기계적으로 베껴 쓰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교육방법인지도 의심스럽고, 교육적인 의미도 수긍하기 힘듭니다. 만약 정말로 Y에게 교육훈련이 필요했다면 이번 사건과 관련된 해당 규정에 대한 내용 정도만 알려줘도 되고, 읽기 정도의 수준에서도 얼마든지 교육은 가능했습니다. 오히려 옮겨 적기 같은 방식의 교육은 학습을 목적으로 한다기보다, 본보기를 보이거나 징벌을 주기 위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Y의 상사와 회사는, Y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일본 법원은 이와 같이 취업규칙을 베껴 쓰게 하는 교육훈련 행위가 Y에게 본보기를 겸한 징벌적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구체적인 교육 행위의 내용도 부당하여 Y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어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 행위들이 Y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일본 법원은 베껴 쓰기를 명령한 Y의 상사와 회사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 20만 엔을 Y에게 배상할 것을 판결하였습니다.

 

글_김동현, 김광민

(이 글은 공익재단법인 21세기 직업재단,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일본 판례 모음』에 수록된 판례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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