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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터괴롭힘 판례 연재] 3편, 스스로 그만 두게 하기 위하여 수십차례 면담하는 행위는 일터 괴롭힘

스스로 그만 두게 하기 위하여 수 십차례 면담하는 행위는 일터 괴롭힘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H는 어느 날 공항으로 출근하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허리를 심하게 다쳤고, 3년 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휴직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나마 산재사고였기 때문에 휴직기간이 보장되었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습니다. 길고 힘들었던 치료를 마치고 H는 복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축하를 받아야 할 일이지만, H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회사의 싸늘한 대우였습니다.

 

30번의 면담, 심지어 고향까지 찾아가 가족에게 H를 설득하도록 요구하다

 

사실 회사는 H가 복직을 하기 전부터 H에게 퇴직을 강요해왔습니다. H의 상사인 A 등 5명은 복직 2개월 전부터 약 4개월에 걸쳐 30여 차례의 면담을 진행했고, 그 중에는 무려 8시간이나 진행된 면담도 있었습니다.

 

면담을 하며 회사가 H에게 한 말들은 대단히 모욕적인 것이었습니다. ‘스튜어디스로서의 능력이 없다’거나, ‘다른 길을 찾아볼 수 있지 않느냐?’고도 했고, 심지어 ‘기생충’이다, ‘다른 직원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와 같은 말까지 쏟아냈습니다. 그래도 H가 말을 듣지 않자, 큰소리로 윽박지르거나 책상을 내리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상사들은 수시로 기숙사를 찾아가 대화를 하자고 요구하기도 했고, 고향에까지 찾아가 H의 가족들을 만나 퇴직을 설득해 달라 요구하기까지 했습니다.

 

일본법원(이른바 전일본공수 퇴직 강요 사건, 오사카 지방재판소 1999. 10. 18.)은 이러한 회사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고, 이는 단순히 퇴직을 권유하는 것이 아닌 위법한 강요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로 인해 H가 받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 50만엔이 상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괴롭혀서 스스로 나가지 않으니 업무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해고하다

 

나아가, 이 사건에서는 H에 대한 해고가 정당한지 여부도 다투어졌습니다. 회사의 퇴직 강요에도 불구하고 H가 스스로 그만두지 않자 회사가 H를 해고하였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H가 복귀자훈련을 통과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해고를 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회사에서는 휴직 후 복귀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복귀자훈련’을 진행했는데, H는 이 훈련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이를 근거로 H가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매우 낮다며 복직 반 년 만에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회사가 H를 해고하며 사유로 든 것은, ‘노동자가 채용된 업무내용을 수행할 수 없게 되거나, 현실적으로 배치가 가능한 부서가 없다면, 노동자는 본래의 취지에 맡는 책무를 이행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규정이었습니다.

 

당장 예전처럼 일하지 못 한다며 해고하는 것은 부당

 

일본법원은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긴급한 조치나 보안업무 등이 뒤따르기 때문에 고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승객의 생명과도 직결된 업무이기에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 일을 맡길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H에 대해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장기간의 휴직상태였고, 기본적인 업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본 것입니다. 3번째 복직자훈련의 결과를 보면 ‘일정한 수준에 도달했다’라거나 ‘비상시 승객탈출 훈련부분에서도 충분하지는 않지만 단기간의 훈련을 통해 업무능력을 습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휴직기간에 기계 설비가 상당히 변화했고, 단순히 지식이 부족해서 생기는 업무능력의 차이는 일시적인 문제로 봐야 합니다. 곧바로 복귀가 되지 않더라도 비교적 단기간에 복귀가 가능한 경우에는, 복귀 준비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마땅한 것입니다. 법원은 이런 과정이 부족한 상태에서 H를 해고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일본법원은 회사의 해고가 취업규칙에 규정된 해고사유에 맞지 않다고 보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해고권을 남용한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단하고, 해고 기간 미지급된 월급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이 판결에 대해 회사와 H 모두 항소를 했습니다. 항소심의 결과는 H에게 더욱 유리한 것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H에 대한 위자료를 80만엔으로 늘리고, 변호사비용 10만엔을 추가로 인용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회사는 다시 상고하였지만 기각되면서 길었던 소송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글_김동현, 김광민

(이 글은 공익재단법인 21세기 직업재단,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일본 판례 모음』에 수록된 판례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