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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터괴롭힘 판례 연재] 7편, 부하의 일터괴롭힘과 우울증의 산업재해 인정

일터에서 발병한 우울증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다

 

 

트러블메이커

 

K는 일본 대형백화점인 오다큐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급식사업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다큐레스토랑시스템에서 근무했습니다. 오랜 기간 성실하게 일했고,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아 1995년 급식사업 요리장에 올랐습니다. 요리장에 오른 후에도 승승장구하면서 신주쿠 제2점원식당의 점장에까지 올랐습니다. 그에 대한 평판은 좋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하지 못 했던 문제가 발생합니다. K의 부하직원인 A가 자신의 처우에 불만을 품고, K를 중상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만들어서 노동조합으로 보낸 것입니다.

이 유인물에는, K가 식당 식권을 재이용하는 방식으로 매상을 착복하고, 여성 직원을 성희롱했으며, 식당 금고에서 돈을 훔쳤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또 백화점 주류매장에서 맥주를 훔쳐 마셨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습니다.

 

이 일은 회사 전체에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회사는 즉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K가 이런 행위들을 했다는 것은 중상이었으나, 조사 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이 밝혀져 몇몇 직원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A에 대한 징계도 내려졌습니다.

K는 이때 따로 징계를 받지는 않았지만, 영업부장에게 경위서를 제출해야 했고, 이후 사업요리장과 점장 자리에서 모두 물러나야 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30년간 쌓아 온 보람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울증 발병

 

K에게 우울증이 찾아온 것은 사건이 있고 나서인 1998년 3월경부터입니다. 이때 K는 유인물 사건으로 인해 회사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는 회사로부터 추궁을 받고 있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K가 유인물에 적힌 짓을 했다고 확인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 일로 인해 고객사인 오다큐백화점과 오다큐레스토랑시스템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고 문제가 점점 커져가고 있던 시기입니다. 사건에 중심이 있었기에 그는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 것에 괴로움을 느꼈습니다.

 

또한 그는 동료들이 징계를 받는 것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리고 점장 자리를 내려놔야 했던 것도 이 시점입니다. 고객사인 백화점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던 시기였고, 이 과정에서 점장직에서 내려온 것입니다. 징계는 아니나 책임을 일부 진 것은 분명합니다.

 

백화점 주류코너에서 맥주를 훔쳐 마셨다는 내용 때문에 지점 직원들이 백화점에 찾아가 사죄를 한 일도 있었습니다. 회사는 고객사로부터 신뢰를 잃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그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 시기 K는 자신의 수첩에 이런 메모를 남겼습니다.

“부서를 옮길 것 같다.”

“지배인과 내가 자리를 내려놓는 것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30년이나 일했는데 이렇게 되다니 괴롭다.”

 

게다가 직원 A가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이 추천해서 입사했던 부하라는 점 때문에 그는 인간적인 고통을 느꼈습니다. 온 회사를 충격에 빠트린 ‘트러플메이커’를 자기 손으로 데려왔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일었습니다.

 

1998년 4월 그는 사업요리장에서 부요리장으로 전환배치됩니다. 회사는 이것이 강등이나 좌천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실질적인 강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간 해오던 관리업무에서 배제되어 식당에서 직접 조리를 하는 현장으로 배치되었습니다. 이렇게 자리가 바뀌는 이유를 회사는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직후 K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K의 유가족은 K의 자살이 우울증에 의한 것이고, 우울증은 업무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재해보상보호법에 의한 유족보상금을 지급해줄 것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지급할 수 없다는 처분이 내려지자 이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일본 법원은 이 사건(이른바, 시부야 노동기준감독서장 사건, 東京地判平21.5.20 労判990号69頁)에서 K가 자살에 이르게 된 우울증의 원인에 주목했습니다. 법원은 K가 평소 우울증에 걸릴 만한 심리적인 요인을 가지고 있지 않고, 정신장애를 겪은 적이 없었으며, 별다른 요인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회사에서의 일로 매우 큰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고 봤습니다. 유인물을 만들어 유포한 A의 언동에서 큰 부담을 느꼈으며(부하와의 갈등), 오다큐백화점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계약이 해지될 위기도 겪습니다(고객과의 갈등). 이러한 갈등들은 K에게 매우 큰 정신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이에 법원은 K가 처한 환경이 평균적인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정신적 장애가 발병할 정도의 커다란 정신적 부하로 작용할 위험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이에 따라 K의 업무와 자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유족에게 유족보상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시부야 노동기준감독서장의 처분은 위법하고,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글_김동현, 김광민

(이 글은 공익재단법인 21세기 직업재단,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일본 판례 모음』에 수록된 판례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