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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에게 장애 관련 질문은 차별, 불합격처분취소 소송 제기

글 / 최 현 정

 

사안의 개요

원고 A씨는 양극성 장애가 있는 정신장애인입니다. A씨의 경우 심하지 않은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특성을 보이는데, 현재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안정적으로 일상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A씨는 지난해 제1회 경기도 화성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 9급 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에 지원했습니다. A씨는 우수한 성적으로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해당 직렬의 유일한 필기시험 합격자였습니다. 해당 직렬은 최종적으로 9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습니다.
면접시험은 ‘우수’, ‘보통’, ‘미흡’의 3등급으로 평가합니다. ‘우수’ 등급을 받으면 필기시험 성적과 관계없이 합격하고, ‘보통’ 등급을 받으면 필기시험 성적 순대로 합격하며, ‘미흡’ 등급을 받으면 필기시험 성적과 무관하게 불합격합니다. A씨의 경우 해당 직렬의 유일한 필기시험 합격자였기 때문에, 면접시험에서 ‘보통’ 이상의 등급을 받으면 최종 합격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최초 면접시험에서 면접위원들은 A씨에게 ‘장애 유형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장애인지, 그런 유형의 장애도 장애 등록이 되는지, (원고가 자신의 단점을 ‘잠이 많은 것’이라고 대답하자) 잠이 많은 이유가 (정신과) 약을 먹거나 (정신) 질환 때문인지’ 등 여러 차례 장애 관련 질문을 했습니다.
A씨는 최초 면접시험에서 ‘미흡’ 등급을 받아 추가 면접시험을 치르게 되었으나, 추가 면접시험에서도 ‘미흡’ 등급을 받아 최종 불합격했습니다.

 

지난 12월 16일 광화문광장에서는 공무원 채용 면접시험에서 정신장애인에게 장애 관련 질문을 한 끝에 탈락시킨 지자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비마이너

 

A씨에 대한 불합격처분의 위법성

A씨에 대한 장애 관련 질문과 ‘미흡’ 평정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로서 위법하고, 이를 기초로 한 불합격처분도 위법합니다.
공무원 임용 면접시험에서 응시자의 능력이나 적격성 등에 대한 판단은 면접위원의 자유재량에 속하는 것이지만(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두8970 판결), 자유재량의 경우에도 스스로 지켜야 할 한계가 있고, 그 한계는 법의 규정, 관습법, 조리에 의하여 정해지며, 이를 벗어난 재량권의 행사는 위법합니다(대법원 1985. 2. 26. 선고 84누588 판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사용자는 모집, 채용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하여서는 안 됩니다(제10조).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 배제, 분리, 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로서 금지됩니다(같은 법 제4조 제1항).
장애인 응시자에게 장애 관련 질문을 하는 것은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는 물어보지 않는 내용을 물어보는 것으로서 장애인을 다르게 대우하는 것입니다. 장애 관련 질문은 면접위원의 의도와 관계없이 다른 면접위원에게 장애인 응시자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장애인 응시자를 당황하게 하거나 위축시키며, 다른 질문에 할애할 시간을 빼앗기 때문에 장애인 응시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수원고등법원도 면접위원이 청각장애인 응시자에게 장애 관련 질문을 여러 차례 한 끝에 불합격처분한 사건에서, ‘장애인 응시자에게 장애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은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로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불합격처분을 취소했습니다.

 

관련글 보기 – [승소소식] “공무원 임용 면접에서 장애 관련 질문은 위법”, 불합격처분 취소

 

이 사건에서 장애 관련 질문은 A씨에게만 주어졌습니다. 처음 ‘장애 유형이 무엇인지’라는 질문을 받은 A씨는 순간 망설였지만, 장애인 구분모집이므로 차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실대로 답변했습니다. 면접위원은 ‘양극성 장애가 무슨 장애인지, 그런 질환도 장애 등록이 되는지’를 연달아 질문했습니다. 이런 질문들은 면접위원들이 정신장애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조차 없었다는 점을 드러내며, A씨가 임용 후 수행할 직무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는 점에서 위법합니다.
계속되는 장애 관련 질문에 A씨는 당황했고 수치심까지 느꼈지만, 면접시험이 끝날 때까지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미흡’ 등급을 받았고, 추가 면접시험에서도 ‘미흡’ 등급을 받아 최종 불합격했습니다. 이러한 ‘미흡’ 등급 부여는 위법한 질문에 기초한 평가로서 위법합니다.

 

이 소송의 의미

A씨는 공무원 시험이라면 공정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해서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그러나 우수한 성적으로 필기시험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탈락하게 되면서 그 기대는 깨졌습니다. A씨는 면접위원의 질문과 불합격처분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며, 문제 제기하지 않는 경우 이러한 관행이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많고, 이는 정신장애인 노동권 침해로도 이어집니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전체인구 15세 이상 고용률은 61.5%인 반면, 정신장애인의 고용률은 11.6%에 불과합니다. 여러 유형의 장애인 중에서 가장 낮은 고용률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스위스, 노르웨이, 호주,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의 정신장애인 혹은 정신질환자 고용률은 아무리 낮아도 40%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차별과 편견이 심한 한국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그래도 공무원 임용시험의 경우 공정할 것이라 기대하고 시험에 응시합니다. 특히 면접시험은 임용절차의 최종 관문이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공정한 경쟁의 기회가 보장되려면 면접위원이 장애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 않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위원에게 장애유형과 특성에 대한 이해, 금지되는 차별적 질문의 예시 등에 대한 사전 교육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 소송은 공무원 임용시험에서의 정신장애인 차별을 시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법원이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희망법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이 소송은 김재왕, 나동환, 서치원, 이수연, 이정민, 장영재, 정제형, 최현정 변호사가 원고 공동대리인단에 참여하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연대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