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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일본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 다무라 아키히코 규슈 사회의학연구소 소장 간담회 후기

직장 내 괴롭힘, 일본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 다무라 아키히코 규슈 사회의학연구소 소장 간담회 후기


규슈 지역에서 노동자건강권 활동을 하고 있는 다무라 아키히코 규슈 사회의학연구소 소장이 2015. 1. 17. ~ 18. 양일간 열렸던 노동자건강권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희망법이 참여하고 있는 KT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연구팀은 다무라 소장의 한국 방문 기회를 빌어 ‘일본의 직장 내 괴롭힘 대응’을 주제로 다무라 소장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최근 몇몇 언론을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지만 일본에서는 직장 내 우위를 이용하여 발생하는 괴롭힘을 ‘파워하라(パワ-ハラ, power harassment)’라고 합니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권력형 괴롭힘’이 되겠지요.

한국과 유사한 기업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앞서 직장 내 괴롭힘, 일본어 표현으로는 직장 파워하라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형성되어 왔습니다. 국가기관인 후생노동성에서도 파워하라에 관해 자체적인 실태조사를 하고, 워킹그룹을 구성하여 파워하라의 배경, 해결책 등에 관한 논의를 진행시킨 바 있습니다. 다무라 소장은 일본 내 여러 실태조사 결과와 후생노동성에서 발표한 제언 등을 소개하면서 일본의 파워하라에 관한 논의를 전해주었습니다. 

여러 실태조사에 의하면, 개별 노동분쟁상담 중 ‘파워하라’ 상담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며(2002년 5.8%->203년 19.7%), 반 이상의 기업이 파워하라가 증가했다는 응답을 보였다고 합니다. 노동재해 인정 건수 중 약 20%가 파워하라와 성희롱(일본어 표현: 세쿠하라)이 원인이었다고 하고요. 파견노동자의 파워하라 경험이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2.62배 많다는 응답이 나왔는데, 이는 취약한 노동 지위에서 파워하라가 발생하기 쉬움을 말해줍니다.

어떤 행위들을 파워하라라고 할 수 있을까요? 후생노동성은 파워하라의 행위유형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여 제시하였습니다. 

파워하라 행위유형

① 폭행, 상해(신체적 공격)

② 협박, 명예 훼손, 모욕, 심한 폭언(정신적 공격)

③ 격리, 따돌림, 무시(인간관계 거절)

④ 업무상 분명히 불필요한 것이나 수행 불가능한 업무강제(과대한 요구)

⑤ 업무의 합리성 없이 능력과 경험과 동떨어진 정도가 낮은 일을 명하거나 일을 주지 않는 것(과소한 요구)

⑥ 사적인 영역에 지나친 개입(개인의 침해)

그리고, 후생노동성이 밝힌 직장 파워하라 예방·해결 방안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직장 파워하라를 예방하기 위해

○ 톱(top)의 메시지

  ➣조직의 최고 간부가 직장 파와하라를 직장에서 추방해야 된다고 명확하게 보여준다.  

○ 규칙을 결정 

  ➣취업규칙에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노사협정을 체결한다. 

  ➣예방과 해결에 대한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작성한다.

○실태 파악 

  ➣직원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교육

  ➣연수를 실시한다.

○홍보 

  ➣조직의 방침과 노력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실시

○상담이나 해결을 위한 터를 설치 

  ➣기업 내외에 상담창구를 설치하여 직장의 대응책임자를 임명한다. 

  ➣외부 전문가와 협력한다.

○재발 방지 

  ➣행위자를 위한 재발 방지 교육을 실시한다.

다무라 소장은 후생노동성의 제언과 별도로 파워하라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을 5가지로 제시하였습니다.

1) 성과주의에 의한 직장의 분단을 개선

2) 정규노동자의 장시간, 과밀노동을 개선

3) 비정규노동자의 대우개선,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나 사회보장제도 정비

4) ‘블랙기업’ 적발과 사회적 제재, 개선

5) 법적인 파워하라 규제

일본의 직장 내 괴롭힘 논의 소개 후 질의응답 시간을 추가적으로 가졌습니다. 여러 질문과 답이 오갔는데, 그 중에 몇 가지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Q. 노조 무력화를 위해 괴롭힘이 노조 간부에 집중되었다가 모든 노동자들에 대한 것으로 확대되었다고 본다. 그 전환점은 언제인가?

1987년 국영철도 민영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일본 국철 노동조합은 일본에서 가장 힘이 센 노조 중의 하나였는데, 민영화 과정에서 노조를 차별하는 일들이 노골적으로 벌어졌고,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당했다. 당시 ‘인재활용센터’라는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졌는데 여기에 노조 활동가들이 많이 배치되었다. 여기서 하는 일을 보면, 직업소개소에서 나오는 직업모집표를 보거나, 한자연습을 하거나 초등학교 산수를 하거나 하는 식이었다. 전혀 ‘인재활용’이 아니었다. 그런 방식의 괴롭힘을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 민영화된 JR에 가지 못한다는 식으로 교육을 해왔다. 그런 상황 속에서 2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자살했다. 그것은 바로 국가에 의한 파워하라였다.

같은 시대에 다른 공기업들도 민영화가 많이 되었다. 그 시점이 신자유주의가 시작되는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직장 안에서 막아낼 수 있는 힘이 약해졌다. 그런 흐름 속에서 2000년대 직장 파워하라 문제가 돌출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Q. 직장 내 괴롭힘의 문제를 개인 간의 갈등으로 축소시켜 보려는 흐름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가?

파워하라를 당한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가족에게 이런 얘기를 밝히지 않고, 공공연히 이것을 말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파워하라’라는 용어가 생기고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직장 안에서의 괴롭힘이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이 많다. 즉, 인식의 전환을 불러왔다.

파워하라가 사회적으로 인권침해의 문제라는 인식을 더욱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괴롭힘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컨센서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파워하라를 규제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이 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Q. 현재 일본에서 파워하라 대응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1) 취업규칙, 단체협약에서 반영되고 있는지, 2) 입법운동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후생노동성에서 홍보지(핸드북)을 제작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파워하라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홍보하고 있지만, 취업규칙 중에 파워하라가 허용 안 된다고 규정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상담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해야 하는 규정이 있는데, 파워하라 상담처는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표현에 머무르고 있다. 

법률에서 파워하라에 관해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성희롱을 호소하는 여성을 향해 ‘인내심이 없다’, ‘속으로 기뻐하고 있다’는 식으로 치부해 버렸지만, 사회운동을 통해 인식을 바꾸고, ‘남녀고용기회 균등법’ 개정으로 성희롱이 위법행위라는 인식이 생겼다. 아직 일본 시민 사회에서도 파워하라 입법 문제가 그렇게까지 큰 이슈가 되어 있지는 않지만, 입법운동이 더욱 활발해지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많은 노동상담센터에서 파워하라 상담을 받고 있다. 변호사들도 많이 결합하고 있다. 아직 일본에서도 상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방안은 없지만, 노동조합의 힘으로 그런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일본의 직장 내 괴롭힘 논의를 소개해 주신 다무라 소장(오른쪽)과 통역하느라 수고해 주신 다이스케 씨(왼쪽) 


간담회는 2시간 가량 진행되었는데요, 순차 통역으로 진행하다 보니 실질적인 시간이 짧아져 일본 상황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추후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아쉬운 시간이었습니다. 

일본이 겪었던 상황이 한국과 유사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많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유성기업, 발레오만도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른바 ‘민주노조’ 무력화를 위해 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차별적인 괴롭힘이 많이 자행되었고, 일본 국철의 ‘인재활용센터’는 KT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력퇴출프로그램으로 논란이 되었던 ‘상품판매팀’, ‘CFT‘와 흡사했습니다. 노사관계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불안정 노동이 확대되는 자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한층 더 파고들어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조금 앞서 문제가 시작되었고, 그에 따라 사회적 논의가 먼저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도 있을 것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드라마 미생 열풍과 함께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언론에서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본 등 여러 국가의 사례를 참고하면서 우리도 직장 내 괴롭힘이 왜 문제가 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관해 논의를 심도 깊게 시작하여야 할 것입니다. 


글_이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