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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도장자재공정의 사내하청 노동자 산재 사건 승소!

현대중공업 도장자재공정의 사내하청 노동자 산재 사건 승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은 도장자재 공정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혈액암으로 사망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건을 대리하여 업무상 질병임을 인정받는 승소판결(서울행정법원2015. 8. 12. 선고 2013구합57836 판결)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망인은 1990년대부터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도장자재 공정에서 벤젠 등 유해물질이 함유된 페인트, 시너 등을 운반, 폐기 업무에 종사하다가 다발성 골수종(혈액암의 일종)이 발병되어 결국 사망하였습니다. 망인의 유족은 업무상 노출된 유해물질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하였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거부되었습니다. 이에 유족은 공단을 상대로 부지급결정을 취소하여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희망법이 이를 대리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도 특히 도장 공정에서 벤젠 노출로 인한 혈액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예는 있었는데요, 이 사건 판결은 직접 도장 공정이 아닌 도장자재 공정에서 벤젠 노출로 인한 혈액암 발병을 인정하였다는 데서 의의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역학조사가 실시되었으나 작업환경평가분과위원회(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분과위원회) 심의는 거치지 않고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는데, 이는 도장자재 공정이라는 이유로 관성적으로 유해물질 노출 정도를 낮게 보고 제대로 된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그러한 공단 측의 판단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데서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직업력을 충분히 고려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공단은 망인의 다발성 공수종 최초 진단 시점이 입사 후 1년 6개월 정도로 노출기간이 짧고 작업환경측정 결과 벤젠 등 유해물질 노출이 미미했다며 업무상 질병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망인은 이 사건 회사 입사(2001년) 전 1990년대에도 하청업체 소속만 달리하여 동일한 작업장(현대중공업)에서 동일한 업무에 종사하여 왔습니다(1년은 현대삼호중공업 사업장에서 일함). 이러한 직업력으로 보아 법원은 망인이 벤젠에 상당히 장기간 노출되었다고 판단하였던 것입니다.  


사실 이전 직업력 기간 동안 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의 벤젠 노출에 대한 자료가 없는 것이 소송에서 걱정되는 부분이었습니다. 2000년대의 작업환경은 1990년대보다 상당히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공단에서는 2012년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만으로 벤젠 노출이 미미하다고 결론지었고, 회사는 2005년부터의 작업환경평가자료만을 제출하였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법원은 1990년대 당시 벤젠에 대한 우리나라의 규제수준 및 인식, 작업장에서의 보호 수준 등에 비추어 망인이 1992년부터 페인트 및 시너 운반 및 폐기 업무를 약 7년 정도 수행하면서 상당한 양의 벤젠에 노출되었을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판결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천주교인권위원회와 희망을만드는법에서 발표한 논평에서 확인해 주세요~



글_이종희

* 이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논평


위험의 외주화, ‘진짜 사장’이 책임져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산재 사망 사건 승소에 대한 논평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의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12일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이승택)는 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 업체에서 페인트 및 시너를 수거, 폐기하는 작업을 하다가 2011년 10월 다발성 골수종으로 사망한 김아무개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고인의 업무와 발병 및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 책임을 유족에게 과도하게 지웠던 다른 선례와 달리, 열악한 작업 환경과 한국의 유해물질 관리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김씨는 1992년부터 현대중공업의 여러 사내하청 업체에서 선박 도장작업에 사용되는 벤젠 성분이 함유된 페인트, 시너 등을 폐기물 수집소로 운반하여 잔류 페인트 등을 폐기용 드럼통에 부어 모으는 작업을 해왔다. 김씨는 잔류 페인트에서 나오는 가스가 터지지 않게 하기 위해 페인트 등의 통 윗면을 절개하고 잔류물이 남지 않도록 맨손으로 페인트 등을 만지기도 했다. 폐기물 수집소는 반(半) 개방된 장소여서 가스가 있을 수밖에 없었으나 전문적 보호 장구나 환기 시설은 갖추어지지 않았다. 이런 폐기 작업을 하루 3~4시간씩 하며 하루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던 김씨는 2002년 10월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이후에도 같은 작업 환경에서 근무하다가 2011년 5월 다발성 골수종으로 인한 신장 손상으로 인하여 말기 신장병 진단을 받았고 같은 해 10월 만성 신부전에 따른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김씨의 유족은 김씨가 업무상 장기간 노출된 유해물질로 발병한 다발성 골수종이 악화되어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김씨의 최초 진단 시점이 입사 후 1년 6개월 정도였고, 실제 작업장 측정 결과 발암물질 노출 정도가 미미했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유족은 2013년 8월 공단을 상대로 이번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공단은 2010년 하반기와 2011년 상반기에 사내하청 업체 5개를 대상으로 한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제시하면서 김씨의 공정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002년 발병 이후에 측정된 자료는 관련성이 적다고 일축하면서 “1990년대에 페인트 및 시너에서 벤젠 함유량이 상당 부분 검출되었고, 특히 우리나라는 2003년도까지는 산업현장에서 벤젠 농도의 규제를 10ppm 이하로 매우 느슨하게 규제하였으므로 망인이 당시 근무했던 사업장에서도 현재의 기준치인 1ppm을 상회하는 수준의 벤젠 농도가 유지되었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망인은 직접 도장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별한 보호구도 지급되지 않은 채 벤젠 성분이 함유된 페인트 및 시너를 직접 손으로 만지기도 하였다”, “폐기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에도 페인트 및 시너 통의 윗면을 모두 열어놓아 잔류 페인트 및 시너에서 나오는 유독 가스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공단은 또한 김씨의 최초 진단 시점이 입사 후 1년 6개월 정도라는 이유로 업무와 발병 사이의 인과 관계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망할 당시의 사업장에서 수행한 업무뿐만 아니라 사망 전에 근무하였던 사업장에서 수행한 업무도 모두 포함시켜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1992년부터 현대중공업의 여러 사내하청 업체에 소속되어 일했지만, 회사의 이름은 달라도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 노동자였다. 재판부가 “망인이 1992년부터 페인트 및 시너 운반 및 폐기 업무를 약 7년 정도 수행하면서 상당한 양의 벤젠에 노출되었을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게다가 다발성 골수종 환자의 연령대가 △60대 32.1% △70대 27.7% △50대 20.4%로 비교적 높은 연령대에서 많이 발생되는데, 40대 미만의 환자는 전체의 2% 미만에 불과하다. 재판부는 “망인은 38살의 나이에 다발성 골수종이 발병하였고, 망인이 벤젠에 상당 기간 동안 노출되었다는 점 외에는…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만한 사정이 보이지도 않는다”며 “1992년경부터 벤젠에 노출됨에 따라 다발성 골수종이 걸렸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우리는 이번 판결이 조선업계, 그 중에서도 현대중공업에 만연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죽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해양플랜트협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현대중공업 조선 부문의 기능직 25,063명 중 사내하청은 17,157명으로 68.4%에 달했다. 이들은 형식적으로는 원청인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도급받은 하청회사에 소속되어 있지만, 원청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와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기업인권네트워크 등이 만든 ‘현대중공업 산재발생에 관한 의견서’에 따르면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래 가장 많은 수인 13명이 2014년에 사망했는데, 사망자 모두가 사내하청 노동자였다고 한다(울산 산업재해추방운동연합 집계).

하청업체는 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더 적은 노동력으로 짧은 시간에 작업량을 달성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사내하청 노동자의 현장은 원청의 사업장이므로 영세한 하청업체에서 작업 환경을 개선할 여지도 의지도 적을 수밖에 없다. 사내하청 노동자는 구조적으로 사망 사고 가능성이 높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은수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공개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산재 사고가 줄었다는 이유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1000억 원 가까운 산재보험료를 할인받았다. 원청이 산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작업 부문을 의도적으로 하청업체로 이전함으로써 자신의 산재 발생률은 줄이는 ‘위험의 외주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진짜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 산재 예방과 사고 후 책임의 법적 문제를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사내하청 제도와 노동자의 건강권은 양립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산재를 포함하여 자신의 사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재해에 책임을 지고 사고 예방과 피해자 구제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15년 8월 19일

천주교인권위원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