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법 장애인권팀 왕과 현정이 만나다
희망법 장애인권팀 왕과 현정이 만나다
희망법에서 새로 일하게 된 최현정 변호사를 김재왕 변호사가 한 달 동안 만났습니다. 사실 인터뷰한다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만 하면서 한 달이 훌쩍 지났어요. 아래는 한 달 동안 했었던 여러 질문과 답변을 모아 하나의 인터뷰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편의상 왕과 현정으로 표시했습니다.
사진 by 달군
현정: 제주도와 경주 여행을 갔었어요. 경주는 부모님과 같이 여행했는데 좋더라고요. 희망법 사무실 근처로 집도 구하고 이사도 했어요.
왕: 어떻게 상근변호사로 지원하게 됐어요?
현정: 희망법에서 실무수습했었어요. 그때 희망법이 좋았고 이런 데서 일해 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어요.
그랬던 터라 희망법에서 장애팀 상근변호사를 채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꼭 같이 일하고 싶었습니다. 장애여성인권 문제에 집중해서 일할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어쩌면 매력적인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고픈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왕: 회원들이 현정을 궁금해 할 거 같아요. 한 마디로 자기를 소개한다면?
현정: 너무 어려운 질문이예요. 차라리 자신을 동물로 비유하면 어떤 동물인가 뭐 이런 질문이 답하기 쉽겠어요.
왕: 그럼 자신을 동물로 비유한다면 어떤 동물이라고 생각하세요?
현정: 오랜 친구가 저 보고 코끼리귀라고 했어요. 귀가 얇다고. 물건 고르거나 메뉴 정할 때 다른 사람들 말에 쉽게 혹하거든요. 그래도 중요한 일에는 그렇지 않아 다행이예요. 그럴 때는 고집이 있어요.
왕: 중요한 일이라면 어떤 일을 말하는 거예요?

사진 by 달군
왕: 전공이 천문학이예요. 왜 천문학과에 갔어요?
현정: 그냥 별 사진이 좋아서 갔어요. 어렸을 때는 별 사진 스크랩도 하고 그랬어요.
왕: 좋아서 선택한 전공인데 왜 그만 두었어요?
현정: 해 보면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잖아요. 천문학이 그랬어요. 학부 때는 놀았어요. 그래서 공부하면 될 줄 알았어요. 대학원 가서 공부해 보니 이건 되는 게 아니었어요. (웃음) 2학기 마친 후 그만 두었어요.
왕: 맞아요. 저도 대학원 가 보니 잘 하는 친구들은 따로 있더라고요. 그 뒤에 여성의 전화에 갔어요? 여기는 어떻게 가게 된 거예요?
현정: 학부 졸업하고 여성의 전화에서 교육도 받고 자원활동을 했었어요. 여성의 전화 사람들과 알고 지내던 터에 마침 여성의 전화 성폭력 상담소에 자리가 나서 같이 일하게 됐어요.
왕: 뻔한 질문이긴 한데, 여성의 전화에서 기억나는 사건이나 기억나는 일이 있어요?
현정: 기억나는 사건이라면 감당 못하면서 내담자를 헤집어 놓은 일?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상담은 다른 상담자에게 넘겨야 해요. 감당을 못하면서 계속 상담을 하면 오히려 내담자에게 더 상처를 주거든요. 제가 감당할 수 없는데도 무턱대고 내담자를 돕겠다고 덤빈 적이 있었어요. 결국에는 그 분이 더 힘들어하셨어요.
왕: 그러다가 로스쿨에 갔어요. 여성의 전화에서 로스쿨 가기로 생각한 계기가 있었어요?
희망법 사람들마다 한 줄 멘트가 있는데, 최현정 변호사의 한줄 멘트는 “희망이 있는 사회를 만드는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입니다. 과연 희망법이 최현정 변호사가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을까요.
왕: 희망법에서 일하면서 걱정되는 건 없어요?
현정: 걱정 많은 성격이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예요. 특히 반찬, 식사 당번이 걱정이예요. 그리고 장애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것도 걱정이예요. 시작하면서 열심히 해 보려고요.
왕: 반찬은 사무실 옆 대조시장에서 사오면 돼요. 말 나온 김에 가리거나 좋아하는 음식 있어요?
현정: 특별히 가리는 건 없어요. 튀김 같은 거 좋아해요.
왕: 희망법에 들어오고 나서 그 전에 가졌던 희망법에 대한 환상이 깨진 건 없어요?
왕: 우리가 좀 대 놓고 이야기하는 편이예요. 희망법 사람들과 같이 지내기 어렵지는 않으세요?
왕: 그래도 솔직히 이야기해 주셔야 해요. 마지막으로 희망법에 바라는 점은 없어요?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됩니다. 많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지금의 부족함을 핑계 삼지는 않겠습니다. 제대로 하는지 지켜봐 주시고,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글_ 김재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