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송 및 구제, 법·정책 연구, 교육과 연대를 통하여 인권을 옹호하고 실절적인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성별이분법적인 문화재청 한복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에 대하여 국가인권위 진정을 제기합니다.

 

지난 12월 19일(화) 경복궁 광화문 앞에서 문화재청의 한복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을 국가인권위에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진정은 ‘민변 공익변론센터’와 ‘민변 소수자위원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며, ‘희망법’에서는 김재왕, 박한희, 김두나 변호사가 소수자위 위원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것이 문제가 되어서 인권위 진정을 하게 된 것일까요?

한복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은 2016년 9월에 만들어졌습니다. 문화재청은 경복궁을 비롯한 고궁 및 종묘는 2013년부터 한복을 착용한 사람들에 대해서 무료관람을 실시했고 거기에 특별한 가이드라인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 문화재청은 남녀커플이 한복을 바꿔입고 오는 등 ‘성별에 맞지 않는’ 한복 착용에 민원이 제기됐다, 성별에 맞지 않는 한복착용은 전통을 왜곡한다는 이유로 ‘남자는 바지저고리, 여자는 치마저고리’를 입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듭니다. 여자의 경우 ‘과도한 노출제외’라는 단서가 추가로 붙어 있기도 합니다.

 

과연 여자가 바지한복, 남자가 치마한복을 입는 것은 전통을 왜곡하는 것일까요?

사실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도 여자들이 바지를 입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왕의 남자의 소재이기도 한 조선시대의 남사당패의 여장 공연자들, 1950년대 여성들이 남자역할을 하며 인기를 누린 여성국극, 이런 것들은 전통이 아닐까요? 무엇보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헌법이 말하는 전통이란 단지 역사 속에 박제된 것이 아닌 지금의 시대상황과 헌법적 가치에 맞는 전통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보면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를 고수하는 것은 더 이상 헌법상 보호할 전통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이 갖는 가장 큰 문제는…

전통수호라는 명분 아래 국가가 성별을 구분하고 그에 맞는 옷차림을 공적으로 지정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는 단지 관람료를 할인해줄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고궁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문 앞에서 자신의 성별을 판단당하는 모욕을 겪게 만듭니다. 실제로 기자회견을 마치고 덕수궁에 출입시도를 했을 때 대한문 매표소 담당자분은 계속해서 참가자들의 머리모양, 목소리, 신분증 등을 확인하며 남자인지 여자인지 반복해서 물어보았습니다. 고궁을 방문하고 문화를 즐기는데 이러한 성별판단을 왜 겪어야 하는 것일까요?

공동대리인단은 이와 같이 한복 가이드라인이 성별고정관념을 강화시켜 성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하고 있으며 개인의 인격권, 정체성을 드러낼 권리,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보아 인권위 진정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의 상황들과 논거들을 보충하여 오는 22일(금)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진행상황도 소식지를 통해 계속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회견 전 한복을 입고 준비중인 희망법 박한희 변호사(왼쪽부터), 김재왕 변호사, 김두나 변호사

 

기자회견을 마치고 덕수궁에 입장을 하려고 기다리는 김재왕 변호사와 박한희 변호사

 

경복궁 광화문 앞 기자회견 현장 모습 (사진 :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