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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기획_일터괴롭힘 이슈브리핑] 판례 연재(3) 일터 괴롭힘과 산업재해

희망법 기업과 인권팀은 일터 괴롭힘에 대한 환기를 위하여 연중 기획으로 일터 괴롭힘 이슈 브리핑을 선보입니다.
앞으로 일터 괴롭힘의 대응 방안, 판례, 입법안 등을 매달 소개할 예정입니다.

 

일터 괴롭힘 판례 연재(3)

 

일터 괴롭힘과 산업재해

 

서울행정법원 2016.3.30.선고 2014구단2112 판결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 노동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여 노동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일터 괴롭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법제도입니다. 구제의 신속성과 편리성의 측면에서도 산재보험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사용자책임을 통한 구제보다 노동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판례는 일터 괴롭힘으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노동자에게 발생한 적응장애는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안입니다.

 


1. 사건의 개요

 

1987년부터 A회사에서 근무하였던 원고는 2009년과 2013년에 대학병원에서 *적응장애진단을 받고 2013.6.12. ‘A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업무상 질병인 *적응장애가 발병하였다’는 이유로 피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원고에게 적응장애를 유발할 만한 업무상 사유가 없었고, 실제로 원고에게 적응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합니다).

이에 원고는 원고에게 발생한 적응장애가 A회사의 위법한 수차례의 직무변경명령과 전보명령, 부정적인 인사평가, 그리고 이에 따른 법률적 쟁송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였으므로 이는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청구하였습니다.

 

* 적응장애란? 
적응장애는 어떠한 정신사회적인 스트레스 요인이나 개인적 재난을 겪은 후 일정 기간 내에 일어나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감정적 또는 행동적 장애나 비적응적 반응을 의미합니다. 환자는 그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의 크기에 비해 사회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지나친 정도의 기능적 장애를 나타냅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계기로 성인에서는 우울이나 불안 또는 이들이 혼합되어 나타날 수 있고, 사회적·직업적 기능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어린이나 노인에서는 신체적 증상(두통, 요통 등)이 잘 나타납니다. 그 밖에도 공격적 행동, 싸움질, 과음, 무모한 운전, 문화파괴행위, 대인관계 회피 등이 나타날 수 습니다. 적응장애는 개인에게 정서적인 지지와 위안을 보내주고 상황을 이겨내도록 현실적인 도움을 주게 되는 사회적 지지 자원이 부족하거나 열악할 경우에 더 쉽게 초래될 수 있습니다.

 

2. 결과

 

– 법원은 원고의 적응장애는 업무상질병에 해당하며 따라서 이와 달리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3. 해설

 

법원은 업무상 질병 여부 판단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 정한 업무상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1두10874 판결 등).

 

본 사안에 대한 판결에서 법원은 위와 같은 판단 기준에 따라,

비록 원고에게 개인적으로 적응장애의 발병에 취약한 소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원고의 개인적인 성격과 함께 A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한 위법한 수차례의 직무변경명령과 전보명령, 부정적인 인사평가, 그리고 이에 따른 법률적 쟁송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원고에게 적응장애가 발생했다고 추인할 수 있으며, 따라서 원고의 적응장애는 업무상질병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법원의 판결은 직장에서 반복적인 부당한 인사명령으로 괴롭힘을 당한 노동자가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인해 발생한 질병은 산업재해보상법상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며, 따라서 일터 괴롭힘 피해자가 산재보험제도상 구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4. 판결 요지

 

가. 사건의 경위

 

① 본 사안에서 A회사의 직원인 원고는 2000년경 A회사의 노동조합 일부 조합원들이 구성한 모임의 회원으로 가입하였습니다.

② 이후 A회사는 2001. 7. 18.경 원고에게 전주에서 정읍으로의 전보 및 개인고객유지 업무에서 기술직 업무인 고객시설계통/AS/BS 업무로의 직무변경명령을 하였고, 이에 원고는 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를 통해 위 직무변경명령의 부당함을 다투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고는 회사와 합의를 하게 되었고, 2002. 3. 15. 기술부서 내에서 사무업무에 해당하는 선로 시설운용계획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③ 또한 A회사는 2003. 2. 26. 원고에게 전북지역 팔복지사의 선로시험운용업무로 직무변경명령을 하였으나, 원고가 이의를 제기하자 같은 달 28. 고객시설운영 지원업무로 재발령하였습니다.

④ 한편 원고가 A회사의 우리사주조합원으로서 2009. 1. 14.에 열리는 주주총회에 출석하려고 하자 A회사 직원들이 이를 방해하였습니다. 직원 7, 8명이 주주총회 전날 저녁 원고의 자택 앞으로 찾아왔고 원고가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는데도 계속 원고의 자택 앞에 머무르다가 원고의 신고에 의하여 경찰이 출동한 이후 철수하였습니다. 원고가 2009. 1. 14. 위 주주총회에 출석하기 위하여 자택을 나서자 원고의 자택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A회사 직원들이 원고에게 해장국을 먹으며 대화하자고 하였고, 원고는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하였습니다. 결국 원고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위 주주총회에 출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⑤ A회사는 위 주주총회 개최 후 원고의 업무를 고객서비스팀 사무실의 현장지원 업무(모뎀·차량·물자관리 등)에서 고객서비스팀 ITE실의 현장개통 업무로 변경하였습니다. 위 직무변경명령에 따르면, 해당 지사 고객서비스팀 일반직 직원 19명 중 사무 직렬은 원고 1명뿐이고, 나머지 직원은 기술 직렬이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위 직무변경명령이 부당전직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위 신청을 모두 기각하는 초심판정을 받았습니다. 원고가 이에 불복하여 재심신청을 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09. 7. 13. 위 직무변경명령은 A회사가 인사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부당하나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부당전직에 관한 초심판정은 취소하고,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재심신청은 기각하는 재심판정을 하였습니다, 이는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확정되었습니다(2010.4.30.선고 서울행정법원 2009구합3513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0누16501 판결, 대법원 2011두9119 판결). 법원은 위 직무변경의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고, 위 직무변경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상당한 생활상 불이익을 가져오며, 절차적 정당성도 결여되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⑥ 한편 A회사는 2010년 1월 초 인사평가를 시행하였는데, 원고는 “업무에 대한 목표의식 및 책임감 결여, 복무관리규정 위반, 조직 내 질서 존중 위반, 업무수행 책임감 결여 및 업무지시 불이행, 팀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참여도 전무”라는 사유로 ‘2009 년도 인사고과 F등급’을 부여받았고 그에 따라 2010 년 기준연봉이 1% 삭감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2010. 10. 28. 법원에 위 인사평가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위 삭감액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1. 12. 27. 원고의 청구를 기각(수원지방법원 2010가소84911)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수원지방법원 2012나6377호)은 ‘A회사는 인건비를 줄이려는 목표 아래 일정 비율의 근로자를 퇴출하고자 하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2005년 본사 차원에서 설정된 부진인력 대상자들을 일반 직원들에 비하여 업무분장, 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차별정책을 실시하였고, 따라서 2005년 부진인력 대상자들과 일반 직원들 간 의 인사고과 등급 비율의 격차는 A회사의 2005년 부진인력 대상자들에 대한 차별적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고, 이러한 차별은 A회사에게 부진인력들을 퇴출하거나 퇴직시켜야 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없는 이상 그러한 차별처우가 A회사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것으로서 필요한 한도 내의 조치로 보기 어려우므로 위 인사평가가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 중 원금 부분을 전부 인용하고,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만 일부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습니다.위 항소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3다22195 판결) .

⑦ A회사는 2010. 2. 1. 원고에 대하여 전북고객 본부 남원지사의 영업직으로 직무변경명령을 하였습니다.

⑧ 원고는 2011. 3. 7. 근무지 무단이탈 등의 사유로 A회사로부터 감봉 1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원고는 이에 대하여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⑨ A회사는 2011. 6. 29.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1) 직무명령불이행 2) 교육불참 3) 민원인에 대한 불친절행위 4) 허위사실유포 사유로 원고에 대하여 해임징계결의를 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를 해고하였습니다. 원고는 위 해고에 대하여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지방노동위원회는 위 징계사유 중 1) 직무명령불이행과 4) 허위사실유포는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나 2) 교육불참과 3) 민원인에 대한 불친절행위는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위 해고는 징계양정이 과하다고 판단하여 부당해고를 인정하였고,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하여는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하였습니다. 원고와 A회사는 모두 이에 불복하여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A회사는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서울행정법원 2012구합12112), 소송계속 중이던 2012. 7. 29. 위 해고를 취소하고, 2012. 7. 31.자로 원고를 원직(남원지사)으로 복귀시킨 뒤 2012. 11. 12. 위 소를 취하하였습니다.

⑩ A회사는 2012. 10. 22. 원고에 대하여 정직 3월의 징계를 의결하였습니다. 원고는 위 정직처분에 대하여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신청을 취하하고, 3개월 정직기간 후인 2013. 1. 23. 전북고객본부 남원지사에 출근하였습니다.

⑪ A회사는 2013. 3. 2.자로 원고를 전북고객본부 남원지사에서 대구고객본부 포항지사로 전보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법원에 1)’2009. 2. 2.자 직무변경명령, 2010. 2. 1.자 직무변경명령, 2011. 6. 29.자 해고, 2012. 10. 22.자 정직이 불법행위임을 이유로 한 위자료 20,000,000 원 및 지연손해금 청구’, 2)’2012. 10. 22.자 정직에 따른 미지급 임금 10,023,320원 및 지연손해금 청구’, 3)’2013. 3. 2.자 전보명령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2013가합4223). 법원은 2014. 5. 8. 위 3) 부분 청구를 인용하고, 1) 2) 부분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2013. 3. 2.자 전보명령이 위법하다고 보아 위 청구를 일부 인용(300만 원 및 지연손해금)하였습니다,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5다10004 판결).

⑫ 원고의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내역
원고는 2009. 2. 24,부터 2013. 5. 6.까지 대학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총 22회 진료를 받았습니다. 원고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상 원고가 2009. 2. 24. 이전에는 정신 질환으로 치료받은 이력은 없었습니다.

 

 

나. 법원은 원고가 병원에 최초로 내원할 무렵, 회사에서 원고의 주주총회 출석을 방해하고, 20년간 수행해온 원고의 직무를 생소한 기술 직무로 변경하는 등으로 적응장애의 발병 원인인 업무상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A회사는 2009. 1. 초경 원고가 2009. 1. 14.자 주주총회에 출석하는 것을 방해하였다는 점, 또한 원고가 위 주주총회에 출석한 이후인 2009. 2. 2. 직무변경의 급박한 필요성이 없는데도 A회사에서 약 20년간 사무직을 수행해 온 원고의 직무를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원고에게 생소한 기술 직무로 변경하였다는 점, 원고가 2009. 2. 24. 대학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였으며, 위 내원은 위 주주총회 출석 방해와 직무변경명령일로부터 모두 40 일 이내에 이루어졌는데, 의학적으로 적응장애 유발 요인이 발생한 때로부터 약 3개월 이내에 적응장애가 발현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는 점, 원고는 위 내원 이전까지 정신 질환으로 치료받은 바가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2009. 2. 24. 위 병원에 내원하게 된 것은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위 주주총회 출석 방해와 직무변경명령으로 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법원은 원고가 A회사의 우리사주조합원으로서 주주총회에 출석하려고 하였고, 우리사주제도는 근로자로 하여금 우리사주조합을 통하여 당해 우리사주조합이 설립된 회사의 주식을 취득·보유하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사회적 지위향상과 노사협력 증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근로자복지기본법 제27조), 원고의 주주총회 출석이 업무와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또한 주주총회 출석 자체가 원고의 업무와 관련이 없다고 보더라도 원고의 위 주주총회 출석을 방해한 사람들은 모두 원고의 직장 상사들이었는바, 원고는 그 이후에라도 직장 내에서 상사들과의 불화로 인하여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법원은 원고에게 업무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 지속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A회사는 2009. 2. 2자 직무변경명령 이후에도 2010. 1. 15.자 인사평가, 2011. 6. 30.자 해고, 2013. 3. 2.자 전보명령을 하였고, 원고는 A회사의 위 각 인사권 행사의 정당성을 다투었으며, 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위 인사권 행사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는 점, 원고 주치의와 진료기록 감정의들은 원고가 A회사의 위 인사권 행사로 인하여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적응장애의 발병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라는 의학적 소견 및 감정의견을 밝혔고, 원고의 진료기록상으로도 원고가 주치의에게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원고에게 업무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 지속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라. 법원은 원고에게 발병한 적응장애는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적응장애가 발병한 것으로 인정하려면 일상생활이나 사회적·직업적인 기능장애가 발생하여야 하는데, 원고가  석사과정을 수료하였고, A회사를 상대로 수차례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며, A회사에서 고객 불만 상담 업무를 수행하면서 민원인들과 사이에 별다른 마찰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사회적·직업적인 기능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법원은 진료기록 감정의들의 소견에 따라 원고가 일부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전반적인 일상과 사회생활이 정상이라고 판단할 수 없고, 대학원 재학이나 소 제기 등과 같은 사유만으로 적응장애 판단에 장애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원고가 A회사를 상대로 시위를 하는 등의 사정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적응장애에 따른 현상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법원은 원고의 스트레스 유발요인이 약해진 때로부터 상당기간이 경과하여 진료 중단 기간 중 적응장애 증상이 다소 호전되었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상병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병하였다면 이후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병은 여전히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재해근로자는 그 상병의 치료를 위하여 지출한 비용 등을 상환받기 위하여 요양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10두740 판결 참조)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A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0. 2. 1.자 직무변경명령, 2011. 3. 7.자 감봉, 2012. 10. 22.자 정직이 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적법한 인사권 행사로 인정받았고, 원고가 2009년부터 2011년경 사이에 명예훼손죄, 업무방해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죄 등으로 세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하였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보험급여는 사용자의 고의·과실 여부를 묻지 않고 업무상재해에 대하여 보상을 하는 무과실책임의 법리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양자는 그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A회사의 위 각 인사권 행사가 정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하더라도 그 것이 업무상재해의 인정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며(위 대법원 2010 두740 판결 취지 참조), 또한 원고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것에 대하여 원고에게 책임에 상응하는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와 같은 사유만으로 원고의 적응장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마. 결론

 

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볼 때, 비록 원고에게 개인적으로 적응장애의 발병에 취약한 소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원고의 개인적인 성격과 함께 A회사의 위법한 수차례의 직무변경명령과 전보명령, 부정적인 인사평가, 그리고 이에 따른 법률적 쟁송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원고에게 적응장애가 발생하였다고 추인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적응장애는 업무상질병에 해당하며, 이와 달리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5. 일터 괴롭힘과 산업재해

 

일터 괴롭힘 피해를 입은 노동자에게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우울증 등 정신적 질환입니다. 업무상 질병의 인정 기준을 정하고 있는 산재보험법 시행령은 직장 괴롭힘으로 인한 질환을 업무상 재해에 포함시킬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업무와 관련하여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에 의해 발생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에 포함되었고, 2016년에는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으로부터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또는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한 적응장애 또는 우울병 에피소드”도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에 포함되었습니다(산재보험법 시행령 별표3 중 4. 신경정신계질병).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조사지침도 최근 개정되어 업무상 질병의 조사과정에서 ‘심리적 외상성 사건’에 대한 조사가 추가되었고 심리적 외상성 사건의 일종으로 성폭력․성희롱, 폭언, 폭력 등이 명시되었습니다 .이 조사지침에서는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건의 예시로 “심한 괴롭힘, 따돌림 또는 폭행”을 제시한 후 이를 “상사의 언행이 업무지도의 범위를 벗어나고 인격이나 인간성 모독을 하는 것과 같은 언행이 포함(특히, 집요하게 이루어진 경우), 동료 등에 의한 여러 사람이 결탁하여 인격이나 인간성을 모독하는 언행을 집요하게 하였던 경우, 치료를 필요로 하는 정도의 폭행을 당한 경우”로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조사지침(제2016-11호), 11쪽). 또한 심리적 외상성 사건의 폭언의 경우 집단 따돌림, 집단 괴롭힘 등을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근로복지공단, 앞의 책, 15쪽).

 

이와 관련하여 최근 정부는 ‘직장 괴롭힘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을 발표하였습니다. 종합대책에는 직장 괴롭힘 규율을 위한 법률(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및 가이드라인의 제·개정, 상담 서비스의 제공, 교육의 실시 등 직장 괴롭힘 예방 및 구제를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산업재해와 관련하여 정부는 괴롭힘으로 인한 노동자의 사망ㆍ자살, 부상, 질병ㆍ우울증 등에 대한 산재보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최근 일터 괴롭힘 등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규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법률안(이하 “개정법률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되었습니다.

 

이러한 종합대책이나 개정법률안이 일터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을 규율하기에 충분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를 출발점으로 하여 실제 현장에서 괴롭힘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