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송 및 구제, 법·정책 연구, 교육과 연대를 통하여 인권을 옹호하고 실절적인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희망법 기고] 르노삼성 성희롱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대한 판례리뷰

지난 소식지에서 전해드린 직장 내 성희롱에서의 회사 측 책임 인정 판결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한 글을 싣습니다. 이 판결의 주심변호사였던 이종희 변호사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 이 글은 르노삼성 성희롱 사건 민사소송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매일노동뉴스에 실은 판례리뷰를 전재한 것입니다. 현재 이 사건은 쌍방상고로 상고심 계류 중입니다.

 

직장 내 성희롱의 사용자책임을 확대하고 

성희롱 문제제기 이후 보복조치의 의미를 밝힌 판결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12. 18. 선고 2015나2003264 판결 손해배상청구(기)

1. 사건의 경과

○○자동차 주식회사 ☆☆본부에서 근무하는 원고(여성)는 2012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자신이 속한 팀의 팀장 A(남성)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하였다.

결국 원고는 2013년 3월 성희롱 피해 사실을 상사에게 알린 후 회사에 공식적으로 신고하였고, ☆☆본부는 2013년 5월, A의 행위 중 일부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별개의 징계사유와 결합하여 A팀장에게 정직 2주의 처분을 하였다. ☆☆본부 인사팀 조사과정에서 ‘여자가 먼저 꼬신 것이다’는 등의 소문이 퍼졌다.

이후 원고는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서를 받는 과정에서 부하 직원을 협박하였다는 이유로 2013년 9월 견책 징계를 받았다(이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위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원고는 2012년 1월부터 공통업무 없이 전문업무만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원고의 전문업무가 곧 축소되고 원고에게 엔지니어링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2010년 10월경 자신에게 공통업무(서무업무)만 부여하겠다는 취지의 업무분장 통보가 내려졌다.

앞서 2013년 7월에는 원고에게 유리한 자료를 건네준 동료 직원 B의 6개월치 근태를 소급적으로 조사한 결과 동료 B가 정직 징계를 받는 일이 있었다(이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B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정하였고 회사의 재심판정 취소청구도 기각되었다. 항소심에서 B가 회사와 합의하여 소 취하로 종결). 원고와 동료 직원 B에 대한 각 징계가 부당하다는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있고 나서 이틀 후에는 B가 회사 문서를 반출하였다는 혐의로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을 통보받았고, B가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날 짐 싸는 것을 도와주던 원고 또한 며칠 후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통보를 받고 회사 측으로부터 절도방조죄로 고소당하였다.

 

2. 재판의 경과 및 사안의 쟁점

원고는 직장 내 성희롱과 성희롱 문제제기 이후 겪었던 조치들에 대해 성희롱 가해자인 A팀장뿐만 아니라 회사, 각 조치의 행위자들에 대해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1심 법원은 A팀장의 행위를 직장 내 성희롱으로 판단하였으나, 민법 제756조에 기한 회사의 사용자책임은 부정하였다. A팀장이 사적인 자리를 갖지 위해 접근하면서 성희롱 행위가 시작된 점, 성희롱 행위는 개인적으로 이루어져 회사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사무집행관련성을 부정하였다.

한편, 원고의 성희롱 문제제기 이후 일어났던 행위에 대해서는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한 것으로 불법행위인지가 문제되었다. 1심 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대부분의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모두 별도의 사유에 기한 조치로 보고 성희롱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인사팀원들이 조사하는 사건을 다른 회사 직원들에게 언급함으로써 원고에 대한 소문이 유포된 것에 대해서도 인사팀 직원들의 발언은 개인적 인상을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 ①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용자책임의 인정범위, ②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의 불리한 조치 해당 여부, ③ 성희롱 조사자의 사건 언급의 불법성 등이 주요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에 대해서만 항소가 이루어져 이 쟁점이 다시 다투어졌다.

불이익_out_20150317_%2540한국여성민우회

 

3. 판결의 요지

가. 직장 내 성희롱 부분

항소심 법원은 “적어도 부하직원의 업무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급자의 경우에는 설령 사업주로부터 명시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등의 직무를 부여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부하직원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등은 규범적으로 그가 수행하여야 할 직무의 하나에 해당한다“면서 ”부하직원의 업무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급자가 그 부하직원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경우에는 그 자체로 직무위반행위로서 민법 제756조에서 말하는 ‘사무집행에 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한 판단기준에 따라 상급자가 성희롱을 한 이 사건의 행위를 사무집행과 관련된 행위로 보고 회사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였다.

다만 이 사건에서 부진정연대채무관계에 있는 A팀장이 변제하였다는 이유로 이 부분 청구는 최종적으로 기각되었다.

나. 직장 내 성희롱 문제제기 이후 불리한 조치 부분

판단의 전제로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의 수범자는 법인인 회사뿐만 아니라 양벌규정에 의하여 임직원 등도 해당된다고 판시하였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에서 말하는 불리한 조치에 대해서는 “불리한 조치를 하게 된 경위와 시기, 사업주 증이 내세우는 불리한 조치의 사유가 명목에 불과한지, 불리한 조치가 주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피해 근로자의 문제제기 등에 대한 보복조치로 이루어진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면서 “사업주 등이 내세우는 사유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피해 근로자의 문제제기 등이 있기 이전에 존재하였는지 여부, 그리고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피해 근로자의 문제제기 등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피해 근로자의 다른 적극적인 행위에 기한 것인지 여부”를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제시하였다.

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에서 “이 법과 관련한 분쟁해결에서 입증책임은 사업주가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불리한 조치가 있었다는 점은 피해 근로자가, 그 불리한 조치를 하게 된 다른 실질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점은 사업주 등에게 입증책임을 배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항소심에서 ① 원고에 대한 업무전환 통보, ② 원고에 대한 견책 징계, ③ 동료 B에 대한 정직 징계, ④ 원고에 대한 직무정지·대기발령 및 형사고소 등 크게 네 가지 정도의 조치가 다투어졌는데 그 중 원고에 대한 업무전환 통보만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반한 불리한 조치로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었다. 회사가 들었던 업무전환의 사유인 ‘엔지니어링 경험 부족’이 직장 내 성희롱이 문제되기 이전부터 원고에게 원초적으로 존재하는 사유라는 점이 주요 근거로 작용하였다. 반면, 원고에 대한 견책 징계와 원고에 대한 직무정지·대기발령 및 형사고소는 별건으로 보고 불법행위책임이 부정되었다. 동료 B에 대한 정직 징계의 경우는, 제3자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의 불리한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하였다.

다. 인사팀원의 사건 언급으로 인한 소문유포 부분

이 사건에서 원고에 대한 성희롱 사건 조사 업무를 했던 인사팀 직원이 ’피해자도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등의 말을 한 것에 대하여도 회사의 사용자책임이 인정되었다. 조사자에게 비밀유지와 공정성을 엄수하여야 할 조리상의 의무가 있고,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조사업무를 수행하면서 위와 같은 언동을 할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4. 판결의 의의와 한계

처음 직장 내 성희롱을 다루어졌던 서울대 성희롱 사건 판결에서 사용자책임이 부정된 이후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사업주의 의무가 법률상 규정되고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용자책임의 인정범위는 조금씩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상급자가 ‘사적으로 데이트를 거는’ 사건에서, 그것이 근무평정권을 가지는 등의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직무와 무관하고 회사의 예측가능성이 없었다는 이유 등으로 사용자책임이 쉽게 부정되어 왔다. 이 판결은 부하직원의 업무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급자가 그 부하직원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을 하는 경우 그 자체로 사무집행관련성이 있는 행위로 봄으로써 사용자책임의 인정범위를 크게 확대하였다.

또한 이 사건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의 수범자, 불리한 조치의 의미와 판단기준, 입증책임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시한 판결로서 의의가 있다. 이전에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이 다루어진 민사판결과 형사판결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소수에 불과하였고, 그 조항의 의미와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밝힌 판결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내 조사자의 비밀유지와 공정성을 엄수하여야 할 조리상의 의무를 명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불리한 조치의 사유를 명목이 아니라 실질을 보아야 한다면서 문제된 행위의 일부에 대해서만 성희롱 문제제기와의 관련성을 인정하였다. 회사 측이 드는 사유가 성희롱 문제제기 이전에 존재하였던 사유였는지를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성희롱 문제제기 이후 새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불리한 조치들을 직장 내 성희롱 및 다른 조치들과 연속선상에서 파악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또한 동료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의 불리한 조치의 대상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원고의 손해를 청구하는 이 사건에서, 동료에 대한 불이익한 처분이 원고를 고립시키고 따라서 성희롱 구제절차 이용을 저해하는 불법행위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였어야 할 것이나, 이에 대한 판단을 아예 누락한 것도 아쉬움이 크다.

글_이종희